군인연금 적자는 이기적인 군인들 때문? (2)

 이번 글은 군인연금 적자가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도 설립 당시의 역사적인 분석을 통해 군인연금의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번 두 번째, 글에서는 국가의 수혜 대상에 대한 가정의 오류로 제도적으로 잘못 설계된 연금이 적자를 만들어낸 이유와 연금 기금 부족이 왜 적자를 초래하였는지 설명합니다.

 

 군인연금을 검색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내용이 1973년 이래로 계속 적자인 군인연금 기금이라던지, 혹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역연금과 비교하여 많은 수령액을 받는 군인연금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앞선 문장들은 그 자체는 거짓이 아닌 데다가 얼핏 보기에는 설득력이 있어,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이런 의견을 접할 경우 마치 군인들이 이익집단으로써 개인과 집단의 영달을 위해서 무리하게 군인연금에 세금을 투입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와는 다른 의견으로 군인의 직업적 불안정성, 희생, 낮은 생활여건과 같은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군인연금 적자규모는 국가가 감수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오늘 글은 위의 생각들의 모든 근원인 '군인연금의 적자가 연금의 수혜자인 군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편견에 관한 주제입니다. 성실히 복무하는 직업군인과 전역 후 군인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연금수령자들이 스스로 세금을 착복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갖지 않도록, 군인연금의 역사와 연금의 원리 속에서 군인연금의 적자 발생의 근원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아래의 글의 내용에 이어서 오늘은 초기 군인연금 수혜자에 대한 가정의 오류와 군인연금 기금 적립금액 부족이 연금의 원리상 발생시킨 적자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군인연금 적자는 이기적인 군인들 때문? (1)

군인연금을 검색하다보면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 내용이 1973년 이래로 계속 적자인 군인연금 기금이라던지, 혹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역연금과 비교하여 많은 수령액을 받는 군인연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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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 대상에 대한 가정의 오류

 

 1. 수혜 예상 시기의 이른 도래

 

 연금은 연금기금이 보유한 재정적립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연금기금의 납부자가 미래에 수혜 받을 연금액을 창출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금기금이 증식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양, 그리고 예상된 시기의 수혜 종료로 연금기금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앞선 모든 조건이 잘못 가정됨으로써 조기에 적자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수혜 예상 시기 즉, 시간의 측면에서 연금의 수혜자가 조기에 증가하기 시작한 점은 초기 연금기금이 충분히 적립 및 조성되지 못 한 주요한 이유입니다. 연금의 수혜자가 조기에 증가하기 시작한 이유는 6ㆍ25 전쟁 당시의 전투종사기간을 3배로 계산함으로써 연금수급가능 복무기간인 20년 이상을 복무한 것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연금적립 초기부터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48년 8월 15일 임관자의 경우 군인연금 제도의 시작 시기인 '60년에 총 13년 복무하여 최소 '68년이 되어야 최초의 연금수급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실제로는 전투종사기간에 대한 가산이 이루어져 '63년에 354명이 연금을 수급하기 시작했고 '70년에는 수급자가 6,429명으로 증가하였습니다.1)

 

 ※ 이러한 조기 연급수급자의 발생 문제는 당시 군인들의 정년 문제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군인사법에 따르면 연령정년은 대령 50세, 중령 47세, 소령이하 43세, 하사관(현재의 부사관) 45세였으며, 근속정년은 대령 27년, 중령 24년, 소령 20년, 하사관 24년, 계급정년의 경우 대령 9년, 중령 8년, 소령 8년, 대위 7년이었습니다 2). 따라서, 연금 수혜 대상이었던 다수의 군인들의 경우 장기간 복무를 희망하더라도 직업의 불안정성이나 정년 도래로 인해 전역하여 연금을 수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전역한 사람들이 사업소득 또는 근로소득을 얻더라도 연금의 감액 지급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점 또한 존재했습니다(2001년 이후로는 연금지급정지제도가 도입되어 개선되었으며, 2003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이후 연금지급정지제도는 근로자의 평균임금월액을 초과한 소득월액을 기준으로 지급정지액을 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전투종사기간에 대한 복무기간의 3배 산정은 국가가 국방을 위해 헌신한 장병들을 위해 연금상의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군인의 정년 또한 군인의 임무 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서 신체적인 능력까지 산정해 빠르게 도래하도록 설정된 것입니다. 따라서, 모두 국가의 필요에 의해서 이루진 일인바 이에 대한 책임 또한 국가가 져야 하나, 빨리 도래한 연금수혜자로 인한 연금기금의 지출에 대해서 국가가 추가로 지불한 금액은 없었기에 결국 연금기금 자체가 빠르게 소진되기 시작하였습니다.

 

 2. 수혜 예상 기간의 장기화

 

 연금은 적립된 기금이 연금수급자에게 얼마간 부여되느냐도 중요합니다. 이는, 연금의 지출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로 해당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연금기금은 지속적으로 지출이 증가하게 됩니다. 앞선, 전투종사기간의 도입으로 젊은 나이에 조기에 전역하여 연금을 수급하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군인연금 제도가 도입될 1960년 당시 사람들의 기대수명의 경우 54.3세로 정년까지 복무한 사람의 수혜기간은 약 4 ~ 10년 정도로 예상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1960년부터 80년도까지 계속해서 기대수명이 상승하면서 '60년대에는 54.3세였던 기대수명이 '80년대에는 66세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졌습니다 3). 아래의 표는 당시 기대 수명을 보여줍니다.

년도 '60 '65 '70 '75 '80
기대수명(년) 54.3 58.2 62.1 64.1 66.0

※ 세계은행(World Bank)의 Life expentancy at birth, total(years) Korea, Rep. 자료를 재구성

 

 이러한 기대수명의 증가는 전체적으로 짧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연금수급자들의 연금수혜기간이 장기화됨으로써 연금의 지출규모를 증대시키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 기대수명은 당시 0세로 태어난 인구가 살 것으로 예상되는 수명입니다. 따라서, 당시에 생존해 있는 30 ~ 50대의 예상 수명은 아니지만 기대수명의 증가가 의료, 보건복지 등의 개선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시의 전체적인 삶의 질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추론해 볼 수 있으며 동시에 당시의 30 ~ 50대의 기대수명도 이전의 예상보다 증가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금의 원리와 초기 적립금의 규모

 

 연금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래의 수혜자가 과거 및 현재에 적립 및 조성한 재정적립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미래에 해당 수혜자가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 수혜가 종료되기 전까지 조성된 재정적립금과 그 수익이 충분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충분한 연금기금액의 적립 및 적립된 기금액의 운용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앞선 모든 문제들의 효과는 연금기금액 그 자체의 하락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연금 설계 당시부터 고려되어 국가에 의한 충분한 기금액이 적립되어야 있어야 했지만, 부족분을 현역 가입자의 기여금으로 갈음하여 지불하는 방식을 취하였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군인연금은 사실상 자본잠식상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구분 '60 '61 '62
연금지출(억원) 2.084 3.520 4.059
연금수입(억원) 2.895 4.319 4.869
수입금 중 일반회계 전입금
(억원)
0.036 0.024 0.024
적립금(억원) 0.2 0.79 0.81

※ 통계청. 공무원연금 특별회계의 내용을 재구성 4)

 

 위의 표에서 초기 연금 적립금을 살펴보면 연금수입의 다수가 연금 지출로 지불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현역군인들이 지불하던 연금 기여금의 다량이 적립금으로 적립되기보다는 그대로 연금의 지출액으로 나감으로써 연금기금이 수익을 창출할 기회 자체를 상실하였던 것입니다. 이 시기의 연금기금이 중요한 점은 당시가 매우 높은 금리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점에 있습니다.

 

60년대에서-80년대-예금-금리
한국은행(2005) "숫자로 보는 광복 60년"의 금리(p. 79.)의 표를 재구성

 

 당시의 은행예금의 평균 금리를 살펴보면 최저 10%에서 최대 26.4%의 예금금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통상 연금기금공단이 운용할 때에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보이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당시 충분한 연금기금을 국가가 투입하여 예금에 넣기만 하였더라도 현재까지 운용할 수 있는 충분한 기금이 확보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역 군인들이 나중에 본인들의 연금을 위해 지불한 기여금 마저 당시의 연금수혜자의 퇴역연금으로 지불하였고 결과적으로 1973년부터는 이로도 부족해 국가가 부족분에 대한 보조금을 지불한 것입니다. 즉,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기에 국가의 적절한 기금액 조성 실패로 연금에서 이루어져야 할 기금형성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현재까지 계속하여 보조금이 지불되는 것입니다.

 

군인연금 개혁의 방향

 

 1973년 적자 이후 현재의 군인연금의 수혜자들은 대부분 이전의 군인연금 수혜자를 위해서 본인의 기여금을 납부한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현재 국가가 부담금(군인의 기여금에 대응하여 지불하는 금액)을 제하고 지불하는 보전금은 과거 60 ~ 80년대 국가가 고성장시기에 미리 적립해두었어야 할 연금기금의 이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작금의 군인연금 적자규모를 단순히 특정 직역의 이기주의 탓만 하면서 모수 개혁 형태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를 만든 자와 책임지는 사람이 전혀 달라지는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군인연금을 위해서 향후 연금수혜자의 기대수명과, 사회ㆍ조직구조 등을 고려해 모수 조정 혹은 구조를 개혁하되, 이것보다 선행하여 연금기금에 대한 충분한 재정준비금의 마련과 같은 문제의 근원을 먼저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1) E-나라지표, 군인연금 예산규모 및 수급자 추이.

2) 법률 제1041호 군인사법(`62.3.26.) 제8조 (현역정년).

3) 세계은행(The World Bank) Life expectancy at birth, total(years) - Korea, Rep.

4) 통계청. 공무원연금 특별회계.

5) 한국은행(2005). 숫자로 보는 광복 60년.


※ 국방정책 및 군인복지에 관한 제도 전반을 이해하고  데이터 기반 정책분석평가를 위해서 현직군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을 스스로 공부하고 정리하여 쓰기 위한 게시물입니다. 법률 및 데이터에 근거하여 쓰려고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시면 공부하고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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